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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사랑해 스페인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카나리아 제도는 친구들이 얘기해주기 전까진 그렇게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디 있는지 정도만 알고 있었지, 제도를 이루는 섬들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별로 없었으니까. 위치 상으로는 모로코 서쪽에 있어 아프리카에 더 가깝지만, 스페인 영토인지라 유럽 내에서 방문하기에는 비행기표가 정말 저렴한 편이기도 하다.

푸에르테벤투라 코페테 해변 남쪽 방향

스페인 항공권 검색

 

카나리아 제도에는 가장 크고 유명한 섬인 테네리페그란카나리아를 포함해 크고 작은 섬이 여럿 있다.

푸에르테벤투라는 그 중에서 인구 수 기준 네 번째로 큰 섬으로, 푸르른 숲이 있는 테네리페와 그란카나리아와 달리 란사로테섬과 함께 척박하고 붉은 화산 지형으로 이루어진 섬이다. 하지만 실제 화산 활동이 현재진행형인 란사로테섬과 달리 푸에르테벤투라는 화산 활동은 현재 일어나지 않는다.

 

푸에르테벤투라 코페테 해변까지 가는 길

 

그 척박한 푸에르테벤투라에서도 접근이 힘들어 ‘스페인에서 가장 외로운 땅’이라 불리는 코페테 해변. 코페테 해변은 섬 남서쪽에 있는 5km 정도의 해변이며 해변의 북쪽으로는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모로 하블레에서 출발하여 한디아 자연 공원을 빙 둘러 가는 수 밖에 없다. 제한된 지리적 접근성과 비포장 도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푸에르테벤투라 여행 시 고려하는 여행지는 아니지만,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더라도 왠만한 승용차를 렌트했다면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처음에는 무턱 대고 걸어가보기로 결정했다.

 

푸에르테벤투라 코페테 해변까지 가는 지름길 트레킹 코스

 

차로는 빙 둘러가야 하지만 트레킹 루트를 따라 고개 하나만 넘으면 2-3시간에 바로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푸에르테벤투라 코페테 해변 가는 길의 염소

 

하지만, 멀지 않은 거리이기는 해도 화산 지형인 만큼 중간에 뜨거운 태양과 강한 바람을 막아줄 나무 그늘이 없다는 것을 참고하자. 특히 강한 서풍이 고개를 넘을 때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불어오기 때문에 바람막이용 자켓을 하나 준비하는 것을 추천.

푸에르테벤투라 인구 수보다도 많은 야생 염소와도 인사를 나누며 반지의 제왕에 나올 법한 산악 루트를 따라 걷다 보면 드디어 코페테 마을에 도착한다.

 

푸에르테벤투라 코페테 해변까지 가는 길의 화산 지형

 

이 마을의 인구 수는 30명 정도? 동네 마트 하나 없는 곳이니 해변에서 먹을 음식이나 음료수는 꼭 모로 하블레와 같은 도시에서 미리 챙겨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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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작아보이는 코페테 마을에서 500m 정도 걸어 나려가면 바로 코페테 해변이다.

이곳의 풍경은 이국적이다 못해 지구 상의 풍경이 아닌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문명의 흔적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이곳은 혹성탈출에서 주인공이 해변에서 느꼈을 그런 느낌이 든다고 할까.

 

푸에르테벤투라 코페테 해변까지 가는 길에 고개에서 보이는 풍경

푸에르테벤투라 코페테 마을

 

하루에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찾아가는 길이 험하기도 하지만, 강한 서풍으로 인해 파도가 엄청 강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수영을 즐기기는 힘들기 때문. (실제로 이안류가 수시로 발생해 매년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하지만 일광욕을 즐기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면 따가운 아프리카의 햇빛 아래서 관광객 소음 걱정없이 일광욕과 독서를 즐길 수 있어 완전 딱이다.

 

푸에르테벤투라 코페테 마을의 빈집

 

주위를 둘러보면 인적이 드문 해변이라 누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몇몇 보인다. 사람 코빼기도 찾아보기 힘든 곳이라 조용히 내가 지구 상의 유일한 존재인 마냥 해변을 따라 것는 것도 추천. 해변 중간쯤 위치에 있는 입구에서부터 해변 남쪽 끝까지 1시간 가까이 걸어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한두명 정도?

 

코페테 마일에서 보이는 산악 지대

푸에르테벤투라 코페테 마을의 또 다른 빈집

 

이처럼 스페인에서 가장 외로운 곳이라는 별명 답게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한번 들러볼 명소가 한 군데 있다. 바로 빌라 빈터(Villa Winter). 독일인 엔지니어인 구스타프 빈터(Gustav Winter)가 1937년에 지은 건물인데, 건축 시기가 시기인 만큼, 독일 나치 잠수함 부대의 비밀 군사 시설로 사용되었다는 소문으로 유명하지만, 실제 용도에 관해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다.

빌라 빈터를 잠시 둘러본 후, 해가 지기 전에 다시 고개를 넘어 숙소가 있는 모로 하블레로 돌아왔다.

 

모로 하블레 숙소에서 본 바다

 

하지만, 코페테의 기이한 매력은 필자를 다시 이끌었고, 렌트해 둔 차량을 통해 다음날 다시 코페테를 방문하게 되었다.

 

코페테 마을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버스

푸에르테벤투라 렌터카 검색

 

두 번째는 차로 아침 일찍 출발해서 시간 걱정 없이 하루종일 해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일반 승용차로 가도 전혀 문제 없지만, 길이 엄청 구불구불하고 길이 험한 편인 데다가 차 두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낭떠러지가 많으니 조심해서 운전하는 것이 좋다.

만약 차를 렌트하지 않고,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시간을 꼭 알아보는 게 좋다. 코페테에서 모로 하블레까지 돌아오는 막차는 4시 30분이면 끝나니 놓치지 않게 일정 계획을 잘 세우는게 좋다. 이곳엔 숙소 하나 없으니. 아 참, 코페테는 바람이 강해 햇빛이 강하다는 걸 쉽게 잊을 수 있어 일사병에 노출되기 쉽다. 모자와 같이 햇빛을 가릴 것도 하나 챙겨가자.

이렇게 한 번은 도보로, 한 번은 자동차를 이용해 코페테 방문을 모두 마쳤다. 하지만 코페테의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스페인 전역만 해도 수많은 아름다운 해변이 있지만 코페테는 그 외로운 풍경과, 강렬한 바람 소리, 그리고 따가운 햇볕이 합쳐져 다른 해변과는 다른 코페테만의 매력을 가지는 것 같다.

 

끝없이 펼쳐진 코페테 해변

 

필자의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동안 들어본 적 없는 푸에르테벤투라의 구석구석에 관해 알고 싶다면, 다음 편을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