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Lake Geneva Landscape

‘맥가이버 칼’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빅토리녹스, 스와치, 롤렉스, 치즈, 초콜릿…

스위스는 여러 분야에서 고급스런 ‘명품’ 이미지를 풍기는 나라에요.

작년 여름 여행한 스위스는 그 무엇보다도 ‘자연’ 자체가 명품인 곳이었어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관광명소뿐만 아니라, 작은 마을 구석구석까지 동화보다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는 곳이었지요.

여행이 끝난 후, 취리히, 제네바, 체르마트, 루체른보다 제 마음속에 깊이 남은 곳은 이름도 생소한 소도시들이었어요.

찰리 채플린이 사랑했던 도시 브베, 아름다운 계단식 포도밭으로 유명한 와인 생산지 라보, 언덕 위의 중세 도시 그뤼에르

조용하고 한적해서 ‘명품 자연’이 더욱 돋보였던 스위스의 소도시 세 곳, 나만 알고 싶은 보석 같은 작은 마을에서 보낸 동화 같은 시간들…

그 비밀스런 여행기를 지금 공개합니다!

 

1. 첫 번째 소도시: 브베(Vevey)

Vevey Fork

Image ©Jooyong Julie Sim

 

레만 호수 북동쪽에 자리한 작은 도시 브베!

근처에 있는 로잔이나 몽트뢰와 함께 유명 인사들이 많이 찾는 세계적인 휴양지에요.

아름다운 레만 호수를 배경으로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는 이곳은 찰리 채플린의 도시로, 그리고 초콜릿의 도시로 유명하답니다.

 

▶ 네슬레 음식 박물관 ‘알리망타리움’ 앞 대형 포크 보기

Alimentarium Folk

Image ©Jooyong Julie Sim

 

세계적인 식품회사인 네슬레 본사는 스위스 주요 도시에서 멀찍이 떨어진 소도시 브베에 있어요. 알리망타리움(Alimentarium)은 네슬레에서 운영하는 음식 박물관이랍니다.

브베 중앙역에서 내려 레만 호수를 따라 10분 정도 걷다 보면, 호수에 커다란 포크 하나가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백조가 한가로이 떠다니는 고요한 호수 위에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우뚝 서 있는 대형 은빛 포크의 모습은 묘하게 이질적이면서도 놀랍도록 아름다웠답니다. 바로 이 포크 앞에 네슬레 음식 박물관이 있어요.

 

Image ©Jooyong Julie Sim

 

이곳에서는 대표적인 음식 박물관답게 과거와 현재의 먹거리에 관한 자세한 전시뿐만 아니라 음식 전문가들을 위한 워크숍, 음식 관련 기획전시 등도 열린다고 해요.

사실 저는 전시관 곳곳에 있는 창문을 통해 보이는 그림 같은 레만 호수의 풍경에 종종 넋을 잃곤 해서, 전시 자체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이 정도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품은 박물관이 아닐까요?

 

▶ 찰리 채플린 동상에서 사진 찍기

Image ©Jooyong Julie Sim

 

대형 포크가 꽂혀 있는 레만 호수와 네슬레 음식 박물관 사이에는 찰리 채플린 동상이 있어요. 전설적인 영화인이었던 찰리 채플린은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했지만, 생을 마감할 때까지 24년 동안 브베에서 머물렀다고 해요. 그래서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든 동상이 영국도, 미국도 아닌 스위스 브베에 세워진 것이지요.

동상은 그리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연미복에 중절모를 쓰고 지팡이를 든 채 조용히 레만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동상을 보러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있어요.

만약 찰리 채플린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찰리 채플린 월드’를 방문해 보세요. 브베 기차역에서 212번 버스를 타고 채플린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답니다.

 

2. 두 번째 소도시: 라보(Lavaux)

Lavaux

Image ©Jooyong Julie Sim

 

찰리 채플린 동상과 대형 포크를 뒤로하고 라보로 향했어요.

라보는 레만 호수 북쪽의 포도밭을 중심으로 한 마을 12곳을 포괄하는 지역이에요.

이곳은 발레(Valais)와 함께 스위스 최대의 와인 생산지랍니다. 라보 포도 재배 지역은 하늘 위 태양, 호수에 비친 태양, 포도밭 돌담의 열기 등 ‘세 개의 태양’이 있는 지역으로 불린다고 해요. 언덕 경사면을 따라 형성된 계단식 포도밭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독특하고 아름다운 매력을 뽐내요.

 

▶ 레만 호수 옆 낭만적인 포도밭 하이킹

Lavaux trekking

Image ©Jooyong Julie Sim

 

라보 포도 재배지역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이킹 코스를 이용하는 거예요.

포도밭 길은 뤼트리(Lutry)에서 상 사포항(St. Saphorin)까지 약 11km에 걸쳐 이어져요. 저는 유난히 아름다운 쉐브레(Chexbres) 기차역에서 출발해 상 사포항(St. Saphorin)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걸었답니다.

눈앞에서 반짝이고 있는 드넓은 파스텔 톤 레만 호수, 흰 눈을 쓴 프렌치 알프스, 비탈을 따라 펼쳐져 있는 연둣빛 포도밭, 주렁주렁 매달려 자라고 있는 소담스런 포도알들, 산책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알록달록한 꽃들…

 

Red flow on the Lake Geneva trekking path

Image ©Jooyong Julie Sim

 

동화책 속에 빠진다고 해도 이보다 아름답진 않을 거예요!

 

▶ 라보 와인 맛보기

Lavaux Winery

Image ©Jooyong Julie Sim

 

스위스 와인은 뛰어난 맛과 향을 지니고 있지만 대부분 자국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스위스에서가 아니면 맛보기 힘들어요. 특히 라보 지역의 화이트 와인은 특유의 과일 향과 섬세한 맛으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해요.

라보 지구를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와이너리, 와인셀러나 다양한 요리와 함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을 볼 수 있어요. 뤼트리(Lutry), 쉐브레(Chexbres), 상 사포항(St. Saphorin) 등의 마을에서 8종의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다고 해요.

축복받은 자연이 만들어낸 ‘신의 물방울’을 맛볼 기회, 놓칠 수 없겠죠?

 

3. 세 번째 소도시: 그뤼에르(Gruyères)

Gruyères center

Image ©Jooyong Julie Sim

 

치즈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그뤼에르 치즈는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 유명한 그뤼에르 치즈가 바로 스위스 서부 프리부르주의 고요한 시골 마을인 그뤼에르에서 생산된답니다.

작은 언덕 꼭대기에 자리 잡은 그뤼에르는 현재까지 중세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어요. 차량 통행이 금지된 이 청정 마을은 한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아담하지요.

 

▶ 그뤼에르 성 비밀의 정원 가기

Gruyères Castle

Image ©Jooyong Julie Sim

 

그뤼에르를 대표하는 그뤼에르 성은 그뤼에르 백작들이 살았던 고성이에요. 무려 13세기부터 내려오는 성으로, 현재는 800년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답니다.

초원 위로 우뚝 솟아 있는 그뤼에르 성은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있어 산과 초원을 품은 환상적인 마을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요.

 

Garden of the Gruyères Castle

Image ©Jooyong Julie Sim

 

그뤼에르 성의 하이라이트는 성 뒤쪽에 숨겨진 작은 정원이에요. 색색의 꽃들로 반듯하게 꾸며진 정원과 목가적인 마을 풍경이 어우러진 모습은 어느 각도로 찍어도 그대로 그림엽서가 되어 버린답니다.

 

Image ©Jooyong Julie Sim

 

▶ 그뤼에르 치즈 공방 견학

La Maison du Gruyère

Image ©Jooyong Julie Sim

 

소젖으로 만든 스위스 대표 치즈인 ‘그뤼에르 치즈’!

그뤼에르 치즈의 본고장답게 그뤼에르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그뤼에르 치즈 공방을 볼 수 있어요. 이곳에서는 그뤼에르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우고, 치즈 장인이 치즈를 직접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답니다. 공방 입구에 있는 숍에서는 각종 치즈뿐만 아니라 치즈 커터, 퐁듀 식기 세트 등 치즈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들도 구매할 수 있어요.

 

▶ 그뤼에르 향토 음식 맛보기

Swiss meringue

Image ©Jooyong Julie Sim

 

그뤼에르에서는 그뤼에르 치즈로 만든 퐁듀와 라클렛을 맛볼 수 있어요. 특히 그뤼에르 치즈, 바슈렝 프리부르 치즈, 감자녹말, 화이트와인을 녹여 빵에 찍어 먹는 전통 퐁듀는 깊은 풍미로 인해 많은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지요.

달걀 흰자로 만드는 알록달록한 디저트 머랭도 한 봉지 사서 꼭 맛보세요. 바삭하면서도 사르르 녹는 맛이 마카롱과는 사뭇 다르답니다.

 

Small towns in Switzerland

Image ©Jooyong Julie Sim

 

사진에 크게 소질이 없는 (저 같은) 사람이라도 그림엽서 급 사진을 최소 열 장은 찍어올 수 있는 마법 같은 곳!

스위스 소도시로 지금 당장 떠나 볼까요?

 

편집 및 작성

IMG_20160217_1Jooyong Julie Sim

퇴사 후 오랫동안 꿈꿔오던 나 홀로 세계여행를 감행한 여행업계 전략기획 출신 여자. 레소토, 모로코 포함 30개국을 여행한 여행 덕후이자,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항상 무언가 끄적이는 글쟁이’. “여행에 대한 글을 쓸 때 가
장 행복해요라고 말하며 들이대는 세계여행 그리고 그 후를 연재하고 있다. (브런치: brunch.co.kr/@juliesim, 페이스북: facebook.com/jooyong.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