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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 대부, 일 포스티노, 그랑블루, 마피아…

떠오르는 단어 하나가 있으신가요?

정답은 바로 시칠리아!

시칠리아는 장화 모양 이탈리아 반도의 발끝을 마주 보고 있는 지중해 최대의 섬이에요.

괴테가 에서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서는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을 만큼 우리가 꿈꾸던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에요. 연중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와는 달리 한결 한적하고 여유로운 점도 큰 매력이랍니다.

코발트색 지중해와 빈티지한 감성이 묻어나는 도시들이 어우러진 천국에 가까운 섬, 시칠리아의 세 도시를 느리게 여행해 보았어요. 상큼한 레몬 향, 은은한 바다 내음, 흑백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들이 가득했던 시칠리아 여행기를 지금 공개합니다.

Image ©Jooyong Julie Sim

시칠리아 섬 여행 꿀팁

– 시칠리아는 로마에서 비행기나 기차로 이동할 수 있어요. 나폴리에서 페리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답니다. 모두 팔레르모에 도착하므로 팔레르모를 시작점으로 잡고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아요.

– 시칠리아는 제주도보다 14배나 커요. 이동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행 일정을 넉넉하게 잡고 오는 것이 좋아요. 제대로 둘러보려면 열흘 이상이 필요하답니다.

– 시칠리아는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로 사계절 모두 여행하기 좋아요. 하지만 한적하게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성수기인 7~8월은 피하는 것이 좋아요.

– 시칠리아는 섬이라는 특성상 대부분의 도시가 바다에 인접해 있어 싱싱한 해산물 요리가 발달해 있어요. 해물 스파게티, 성게 요리, 황새치 구이 등을 꼭 맛보세요.

– 관련된 영화를 보고 가면 여행이 훨씬 더 흥미롭겠지요?

, , , , 등을 추천해요.

1. 팔레르모

시칠리아 주(州)의 주도인 팔레르모!

화려한 비잔틴 양식의 금빛 모자이크와 바로크, 아랍, 노르만 등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로 가득한 팔레르모는 시칠리아 섬 최대의 도시에요. ‘좋은 항구’라는 의미의 지명에 걸맞게 상공업 중심지이기도 하지요.

Image ©Jooyong Julie Sim

시칠리아 여행의 관문, 팔레르모에 가기 위해 로마 테르미니 역에서 야간열차를 탔어요. 12시간이라는 꽤 긴 시간이었지만, 자면서 이동하니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답니다. 눈을 떠 보니 어느새 아침 해가 따사로운 팔레르모 기차역에 도착해 있었어요.

팔레르모는 로마나 밀라노와 비교하면 작은 도시에요. 대부분의 볼거리가 콰트로 칸티를 중심으로 몰려 있어서 웬만한 곳은 도보로 이동 가능해요. 정처 없이 걸어 다니면서 만나는 정감 있는 골목길 또한 팔레르모 여행의 매력이었답니다.

옛 정취가 가득한 좁은 골목들, 발코니에서 낮잠을 자는 개, 바람에 나부끼는 빨래들…

팔레르모에서의 모든 발걸음이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어요.

Image ©Jooyong Julie Sim

▶콰트로 칸티(Quattro Canti) 한가운데에 서 보기

콰트로 칸티는 팔레르모 여행의 출발점이자 랜드마크에요. ‘4개의 모서리’라는 의미를 지닌 콰트로 칸티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거리(Corso Vittorio Emanuele)와 마퀘다 거리(Via Maqueda)가 교차하는 사거리에 있는 4개의 건물을 말하지요. 비슷한 모습을 한 건물들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 사계절을 상징한다고 해요. 팔레르모 바로크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물답게 왕, 성녀, 여신이 조각된 화려한 외관이 압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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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르모 대성당 방문하기

팔레르모 대성당은 팔레르모의 주요 명소 중 하나로 무려 600년 동안 건축된 성당이에요. 오랜 기간에 걸쳐 지어진 만큼 다양한 양식이 혼재되어 있답니다. 아랍, 비잔틴, 노르만 등 서로 다른 양식들이 어우러져, 이 성당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요. 이곳에서 시칠리아 역대 왕들을 모시고 있는 무덤도 볼 수 있답니다.

Image ©Jooyong Julie Sim

▶돌체 (Dolce) 맛보기

‘달콤함’이라는 뜻의 돌체는 이탈리아의 디저트를 대표해요. 카놀리(Cannoli)는 나팔 모양의 페이스트리 안에 리코타 치즈, 레몬, 견과류, 초콜릿 등을 채워 만든 가장 대중적인 돌체에요. 카사타(Cassata)는 리코타 치즈, 설탕으로 절인 과일 등을 넣은 전통 케이크지요. 이탈리아 돌체의 탄생지인 시칠리아에서 달콤한 유혹에 빠져보세요!

2. 타오르미나

절벽 위에 세워진 ‘작은 천국’ 타오르미나!

무려 3천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타오르미나는 시칠리아 북동부에 있는 인기 휴양 도시에요. 괴테가 에서 ‘작은 천국’이라고 극찬한 곳이며, 프랑스 영화 를 촬영한 새파란 바다가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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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미나로 가기 위해 팔레르모에서 카타니아로 가는 버스 티켓을 구매했어요. 카타니아에 도착한 뒤에는 다시 카타니아에서 타오르미나로 가는 왕복 버스 티켓을 구매했답니다.

발아래 펼쳐진 눈부시도록 파란 이오니아 해, 좁디좁은 골목들, 골목마다 즐비한 노천 식당과 레스토랑, 가파른 절벽, 절벽을 따라 늘어선 사이프러스와 선인장…

타오르미나 역시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그저 걷기만 해도 저절로 행복해지는 곳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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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미나 원형 극장(Taormina Amphitheater) 객석 꼭대기에 앉아 보기

가는 길이 그리 쉽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타오르미나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타오르미나 원형 극장을 보기 위해서였어요.

타오르미나 원형 극장은 에트나 산과 지중해를 무대 삼아 만들어진 그리스식 극장이에요. 기원전 3세기 유적으로, 고대 그리스인들이 만든 후 로마 시대에 재건되었다고 해요. 시칠리아 그림엽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타오르미나 최고의 명소 중 하나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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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 객석 맨 위에 앉아 아래를 굽어보는 순간, 살면서 그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천연 무대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돌산을 깎아 만든 반원형의 객석들, 수많은 객석 한가운데에 위치한 새빨간 무대,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무대 뒤 해안절벽, 절벽 저 너머로 보이는 에트나 산, 끝도 없이 펼쳐진 코발트빛 지중해…

오래 전 이 원형 극장에서 야외공연을 관람했던 사람들은 마치 천국에 초대받은 느낌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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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미나 원형 극장은 현재까지도 오페라, 음악회, 콘서트 등을 관람할 수 있는 극장으로 사용된다고 해요. 또한, 매년 세계적인 축제인 타오르미나 필름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자연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고대 극장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미리 공연 일정을 알아보고 가는 게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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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니타(Granita) 먹기

그라니타는 슬러시처럼 곱게 간 얼음에 생과일주스나 커피 가루를 곁들여 먹는 시칠리아식 빙수에요. 시칠리아에서 유래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고 해요. 옛날에는 에트나 산의 얼음으로 그라니타를 만들어 먹었다는 설도 있어요. 카타니아 지방 사람들처럼 아침 식사로 브리오슈와 그라니타를 함께 즐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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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체팔루(Cefalu)

시칠리아 섬에서 여행할 도시를 정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매력 넘치는 보석 같은 도시 중 단 몇 개만 고를 수 있었으니까요. 그중 세 번째 도시로 선택한 곳은 바로 체팔루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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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팔루는 OST를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 의 무대가 된 아름다운 도시에요. 바다로 돌출해 있는 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항구도시인데, 팔레르모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가면 닿을 수 있었답니다.

거대한 바위산, 해변을 따라 지어진 낡고 투박한 건물들, 역사와 문명의 상징인 두오모, 티 없이 투명한 쪽빛 바다, 길게 이어진 백사장, 여유롭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도시 전체를 감싸는 바다 내음…

체팔루에 도착한 순간, 의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영화 속에서 표현하려고 하는 ‘파라디소(천국)’가 바로 눈앞에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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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에 젖어보기

영화 은 산골 마을 팔라조 아드리아노(Palazzo Adriano)와 체팔루(Cefalu)를 주 무대로 하고 있어요.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보면, 체팔루 곳곳에서 영화 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답니다. 주인공 토토가 고향을 떠나는 장면을 찍은 기차역, 여름밤 야외 상영 장면을 촬영한 해변 등을 여유롭게 거닐면서 아름다운 고전 영화의 감성에 젖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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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카 디 체팔루(Rocca di Cefalu) 오르기

로카 디 체팔루는 체팔루에 가면 반드시 올라야 할 바위산이에요. 1시간 정도 올라야 정상에 닿을 수 있는데, 뜨거운 시칠리아 태양 아래 1시간 동안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가 사실 그리 쉽지는 않았답니다. 하지만 산을 오르는 내내 눈앞에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풍경은 그 어떤 땀방울도 감수할 만큼 아름다워요.

듬성듬성 선인장이 자라고 있는 아찔한 바위 절벽, 핑크빛이 감도는 붉은 지붕의 집들, 한눈에 들어오는 구시가지, 그리고 저 멀리 하늘과 맞닿아 있는 푸른 지중해…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고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풍경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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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데 정상까지 올라가서 뭐하겠어?’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정상까지 올라간 자에게는 더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무너진 옛 성벽 사이로 보이는 초록빛을 띤 코발트빛 지중해와 장난감처럼 점점이 박혀 있는 흰 배들!

이 풍경만으로도 시칠리아에 온 이유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감동, 그 자체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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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와 피렌체만 보기에도 바쁜 이탈리아 여행! 그래서 시칠리아는 자꾸 다음으로 미루게 되는 여행지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번 휴가에는 큰맘 먹고 떠나보는 게 어떨까요? 여러분 마음속에 로마의 콜로세움보다도, 피렌체의 두오모보다도, 훨씬 더 강렬한 여운으로 남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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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및 작성

Jooyong Julie Sim

퇴사 후 오랫동안 꿈꿔오던 ‘나 홀로 세계여행’를 감행한 여행업계 전략기획 출신 여자. 레소토, 모로코 포함 30개국을 여행한 ‘여행 덕후’이자,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항상 무언가 끄적이는 ‘글쟁이’. “여행에 대한 글을 쓸 때 가

장 행복해요”라고 말하며 ‘들이대는 세계여행 그리고 그 후’를 연재하고 있다. (브런치: brunch.co.kr/@juliesim, 페이스북: facebook.com/jooyong.sim)